왜 이걸 재봤나
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"이미 늦었다"입니다. 상위권은 오래된 파워블로거들이 다 잡고 있어서 신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. 그럴듯하게 들리지만, 이 주장을 숫자로 확인한 자료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.
확인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. 상위 10위에 오른 글들의 블로거가 몇 명인지 세면 됩니다. 소수가 독점한다면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나올 것이고, 열려 있다면 이름이 계속 달라질 것입니다.
- 측정 시점 — 2026년 8월 18일 하루 스냅샷.
- 표본 — 맛집·카페 / 여행 / 육아 / 뷰티 / 건강·운동 / IT·전자기기 / 인테리어·생활 / 반려동물 8개 분야 × 각 10개 = 키워드 80개, 각 상위 10위 = 800개 글.
- 수단 — 크롤링이 아니라 네이버 공식 검색 API. 정확도순(sort=sim) 기준.
- 측정 항목 — 각 글의 블로거명. 동일 문자열을 같은 블로거로 집계했습니다.
800자리를 683명이 나눠 가졌다
결과부터 보겠습니다.
| 등장 횟수 | 블로거 수 | 비율 |
|---|---|---|
| 1회만 등장 | 603명 | 88.3% |
| 2회 | 52명 | 7.6% |
| 3회 | 20명 | 2.9% |
| 4회 이상 | 8명 | 1.2% |
| 전체 | 683명 | 100% |
800개 자리를 683명이 채웠습니다. 산술적으로 1인당 평균 1.17회입니다. 최다 등장 블로거도 5회에 그쳤습니다. 80개 키워드에 걸쳐 다섯 번 나온 것이 최대치라면, 이건 독점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.
키워드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. 키워드 80개 중 46개(57.5%)는 상위 10위가 전원 다른 블로거였습니다. 한 키워드의 상위 10자리를 열 사람이 하나씩 나눠 가진 것입니다. 나머지 34개 키워드에서만 같은 블로거가 두 번 이상 등장했습니다.
분야별로는 어땠나
분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.
| 분야 | 상위10의 서로 다른 블로거(중앙값) | 전원 다른 키워드 |
|---|---|---|
| 인테리어·생활 | 10명 | 8 / 10 |
| 맛집·카페 | 10명 | 7 / 10 |
| 여행 | 10명 | 6 / 10 |
| 육아 | 10명 | 6 / 10 |
| 건강·운동 | 10명 | 6 / 10 |
| 뷰티 | 10명 | 5 / 10 |
| IT·전자기기 | 9명 | 4 / 10 |
| 반려동물 | 9명 | 4 / 10 |
여덟 분야 모두 중앙값이 9~10명이었습니다. 즉 어느 분야에서든 상위 10자리는 대체로 열 명 가까이가 나눠 갖고 있었습니다. IT·전자기기와 반려동물이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았는데, 앞서 다른 측정에서 이 두 분야에 검색어와 무관한 오매칭 글이 많았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.
같은 블로거가 여러 번 나온 34개 키워드
절반 가까운 키워드(34/80)에서는 같은 블로거가 상위 10위에 두 번 이상 등장했습니다. 이 사실은 반대 방향의 힌트를 줍니다.
한 사람이 같은 키워드의 상위권에 여러 글을 올렸다는 것은, 그 주제를 꾸준히 파온 블로그가 실제로 유리하다는 뜻입니다. 한 주제로 글이 쌓이면 그 영역에서 신뢰가 축적되고, 결과적으로 여러 글이 동시에 상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.
정리하면 이번 데이터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.
- 진입 장벽은 낮다 — 소수가 독점하지 않으며, 자리는 계속 열려 있습니다.
- 다만 집중한 사람이 유리하다 — 주제를 흩뿌린 블로그보다 좁혀서 쌓은 블로그가 여러 자리를 가져갑니다.
둘은 모순이 아닙니다.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, 아무 주제나 쓰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가 정확한 요약에 가깝습니다.
자리가 열려 있는 이유 — 회전이 빠르기 때문
블로거가 683명이나 되는 이유를 하나 더 파봤습니다. 같은 표본으로 글의 발행일을 재보니 답이 보였습니다.
상위 10위 글의 나이 중앙값은 32일이었고, 47.8%가 30일 이내에 쓰인 글이었습니다. 90일 이내까지 넓히면 87.8%입니다. 즉 상위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오래전에 자리를 잡은 고정 멤버가 아니라, 최근 몇 달 안에 들어온 글들입니다.
순위별로 보면 더 뚜렷합니다. 1위 글의 나이 중앙값은 14일인데 10위는 39일이었습니다. 위로 갈수록 젊습니다. 새 글이 계속 들어와 위쪽을 채우고, 기존 글은 아래로 밀려나는 구조입니다.
이 두 데이터를 겹치면 그림이 완성됩니다. 블로거가 다양한 이유는 자리가 계속 비기 때문입니다. 상위 10위는 한 번 차지하면 지키는 성이 아니라, 계속 사람이 드나드는 회전문에 가깝습니다. 신규 진입 여지가 있다는 것도, 반대로 한 번 올라가도 방치하면 밀린다는 것도 같은 사실의 양면입니다. 자세한 발행일 분석은 순위별 발행일 800개 실측에 정리했습니다.
"이미 늦었다"는 말이 틀린 지점과 맞는 지점
이 데이터를 근거로 낙관만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.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맞는지 나눠보겠습니다.
틀린 부분
- "상위는 소수가 다 잡고 있다" — 800자리를 683명이 나눠 가졌고, 최다 등장도 5회였습니다.
- "신규는 자리가 없다" — 80개 키워드 중 46개는 상위 10위가 전원 다른 블로거였습니다.
- "오래된 블로그가 영원히 유리하다" — 상위 글의 절반이 한 달 이내에 쓰인 글이었습니다.
맞는 부분
- "아무 키워드나 되는 건 아니다" — 같은 표본에서 키워드별 문서 수는 최소 9,346건에서 최대 15,709,733건까지 약 1,680배 차이였습니다. 경쟁 규모가 수백만 건인 키워드는 신규에게 사실상 닫혀 있습니다.
- "한 주제를 판 사람이 유리하다" — 34개 키워드에서는 같은 블로거가 상위 10위에 여러 번 들어갔습니다.
- "한 번 올라가면 끝이 아니다" — 회전이 빠른 만큼 유지에도 노력이 듭니다.
결론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. 자리는 열려 있지만, 아무 판에서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. 진입 여부를 가르는 것은 블로그의 나이가 아니라 어떤 키워드를 골랐는가였습니다.
이 데이터가 말할 수 없는 것
- 블로거명이 다르다고 모두 개인은 아닙니다. 대행 운영, 브랜드 계정,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쓰는 경우를 이 측정으로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. 실제 집중도는 이 숫자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.
- 하루 스냅샷입니다. 검색 결과는 매일 바뀌므로 다음 주에 재면 이름 구성이 달라집니다.
- 표본은 80개 키워드입니다. 대중 카테고리에서 뽑았기 때문에, 경쟁이 극심한 특정 상업 키워드(대출·보험 등)는 다른 양상일 수 있습니다.
- 블로그의 규모를 재지 않았습니다. 이웃 수나 운영 기간은 이 데이터에 없습니다. "신규도 들어갔다"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.
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나
- "이미 늦었다"는 전제를 내려놓으세요. 적어도 대중 카테고리에서 상위 10자리는 소수가 잠근 구조가 아니었습니다.
- 주제를 좁히세요. 여러 자리를 가져간 블로거들은 한 주제를 파고든 쪽이었습니다. 주력 주제의 비중을 60~70%로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인 기준입니다.
- 이길 수 있는 키워드부터 들어가세요. 자리가 열려 있어도 경쟁 규모가 수백만 건인 키워드는 다릅니다. 세부 키워드로 시작해 축을 넓히는 편이 빠릅니다.
- 들어갔는지 확인하세요. 발행 후 실제로 몇 위인지 순위 체크로 재고, 애초에 검색에 잡혔는지는 누락 체크로 먼저 확인하세요. 누락된 글은 경쟁 이전의 문제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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